미래를 말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 왜냐하면 나는 몇 달 전, AI가 나의 미래를 예측해주는 실험적인 시스템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있었다. 단순한 운세나 심리 테스트와는 달랐다. 내가 입력한 수십 가지의 건강 데이터, 소비 패턴, 검색 기록, 심지어 걷는 속도까지 분석해서 “3년 안에 당신은 직업을 바꾸게 될 확률이 87%입니다”라는 말이 출력되었을 때, 나는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그렇게 될까? AI가 예언한 미래대로 흘러가는 삶이라면,
내가 지금 내리는 선택은 나의 것이 맞는 걸까? 혹시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조차, 이미 그 예측된 경로 중 하나는 아닐까?
AI가 예언을 하는 세상은 아직 '미래'지만, 이미 발을 디딘 현실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AI 예언의 실체와 그 이면에 있는 과학,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믿음에 대해 풀어보려 한다.
AI 예측: 과학인가 점괘인가?
AI가 예언을 한다는 말은 자극적이지만, 실제로는 '예측(prediction)'이라는 통계적 행위에 가깝다.
머신러닝 모델은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산출한다.
이때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회귀분석, 분류 모델, 강화학습 등 매우 수학적인 방법론이다.
예를 들어, 수면 패턴과 심박수, 운동량 등의 정보를 종합해 "건강 위험 요인 발생 가능성 70%"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직감이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확률로 제시되는 '과학 기반의 예측'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예측이 ‘사실’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처음엔 단지 가능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되고, 실제로 그 방향으로 생각과 행동이 맞춰졌다.
이처럼 AI의 '예언'은 때로는 자기암시처럼 작용해 인간의 자유로운 판단을 억제할 수도 있다.
AI 예측은 확률에 기반한 과학적인 분석이지만, 인간은 이를 '점괘'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예측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AI는 조언자가 될 수도 있고, 조종자가 될 수도 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 나는 정해진 길을 걷고 있을까?
AI의 예언을 접하고 난 뒤, 가장 강하게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럼 내 인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걸까?"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었다.
결정론(Determinism)은 모든 사건은 이전 상태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철학적 입장이다.
즉, 나의 성격, 경험, 입력된 데이터,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읽는 행위조차도 과거의 조건에 의해 필연적으로 일어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AI가 내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한 결과는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정해진 미래일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반항하고 싶었다.
일부러 예측된 시나리오와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했고, 예언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흥미롭게도, 그러한 선택들마저도 AI가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
AI는 내가 예측을 보고 '반항할 것'까지도 변수로 고려하고 있었다.
결국 내 모든 선택은 예측의 일부로 흡수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진정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AI가 만들어낸 결정의 시뮬레이션 안에서, '선택했다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일까?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신뢰: AI를 믿어야 할까, 경계해야 할까?
AI 예언의 마지막 쟁점은 '신뢰'다.
나는 과연 AI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까? 실제로 예측이 맞은 경험도 있었고, 전혀 어긋난 적도 있었다.
AI는 인간보다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옳다는 뜻은 아니다.
데이터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면, AI도 그 편향을 학습한다.
예를 들어, 과거 특정 지역, 연령, 성별에 대한 편견이 포함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면,
예측 결과 또한 왜곡될 수 있다.
실제로 AI 예측이 잘못된 판단을 낳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AI가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에서 흑인에게 더 높은 위험 점수를 부여해 문제가 되었다.
나의 경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AI가 예측한 "직업 전환 가능성"은 내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단지 이직과 관련된 키워드를 많이 검색했기 때문에 확률이 높게 산출된 것이다.
이처럼 AI 예언은 단순한 '정답'이 아니라, '참고 자료'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AI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거나, 완전히 배척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예측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스스로의 판단과 결합하는 것이다.
예언의 미래, 우리의 선택
AI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우리는 그 기술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가 말하는 미래가 우리의 '운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언은 지도일 뿐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나는 오늘도 AI가 말한 미래와는 다른 방향으로 한 발 내딛는다.
그리고 그 한 발 한 발이, 나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싶다.
당신이라면, AI의 예언을 믿고 따르겠는가?
아니면 그 예언을 뒤집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