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48시간이라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생체리듬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노동 시간은 두 배가 되는 걸까? 인간은 진화적으로 이 시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문득 떠오른 이 엉뚱한 질문은 단순한 SF적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삶의 리듬, 일과 여가의 균형, 생물학적 한계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만든다. 이 글은 하루가 48시간일 때 나타날 수 있는 생리학적, 사회적, 진화적 변화들을 과학적 근거와 상상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하루가 48시간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다. 시험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좋아하는 게임을 더 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런 상상을 했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일이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느껴질 때마다, 그 바람은 간절해진다. 그런데 정말 하루가 두 배가 된다면, 그건 과연 좋은 일일까? 하루 48시간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시계가 더 느리게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지구의 자전 주기가 현재보다 2배 느려졌다는 뜻이며, 빛과 어둠이 바뀌는 주기, 생물의 리듬, 사회의 구조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나는 문득 이런 가정을 해봤다. 만약 어느 날 지구의 자전이 느려져 하루가 48시간으로 바뀐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나는 그 변화가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진화, 그리고 인간 사회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하루가 48시간’이라는 가정 아래, 인간의 생체리듬 변화, 노동 시스템의 재편, 그리고 진화 가능성까지 과학적 사실과 개인적 상상을 엮어 풀어보고자 한다.
생체리듬의 혼란과 적응: 24시간에서 48시간으로
인간의 몸은 약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를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하며, 주로 뇌의 시교차상핵(SCN)이라는 부위가 이 리듬을 조절한다. 빛의 유입을 통해 뇌는 현재가 아침인지 밤인지 판단하며,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의 분비, 체온 조절, 장운동, 심박수 등의 리듬을 맞춰간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인간의 생체시계를 연구하며, 평균적으로 24.2시간 정도의 내적 주기를 확인해 왔다. 하지만 하루가 48시간으로 길어진다면 이 균형은 철저히 무너진다. 생체리듬은 빛의 주기에 따라 재조정되지만, 그 주기가 48시간으로 늘어날 경우 뇌는 지금이 어느 시간대인지 혼란을 겪게 된다. 수면은 어떤 패턴으로 해야 할까? 하루 48시간을 깨어 있다가 한 번에 12~14시간 자는 구조는 인간의 신체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그보다도 ‘이틀에 한 번 자는 구조’는 생체적 리듬에 더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다음은 현재 생체리듬과 48시간 기준 시나리오를 비교한 표이다.
구분 | 24시간 리듬 | 48시간 리듬 시나리오 |
---|---|---|
수면 | 1일 1회, 7~9시간 | 1일 1회, 12시간 / 또는 이틀에 1회, 14시간 |
식사 | 하루 3~4회 | 6~8회 또는 불규칙 |
집중력 | 1회 최대 2시간, 평균 15시간 각성 | 30시간 이상 각성 필요, 집중 유지 어려움 |
호르몬 분비 | 밤 10시 이후 멜라토닌 증가 | 낮/밤 구분 어려워져 불균형 가능 |
개인적으로 나는 오후 2~4시 사이 졸림이 극심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하루가 48시간이 된다면, 이런 ‘졸림의 골짜기’가 두 번 찾아오게 되는 셈이다. 매일 두 차례씩 에너지 저하를 겪는다는 것은 생활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낮잠을 두 번 자거나, 인위적인 각성 보조 기술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인류가 장기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적응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질병, 생리적 혼란, 우울증, 생식력 저하 등 심각한 문제들이 동반될 수 있다. 하루 48시간은 생체리듬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거대한 실험과도 같다.
노동 시스템의 재구성과 삶의 균형
노동은 인간 삶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을 일에 사용한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조건 아래에서 지금의 노동시간, 교대제, 출퇴근 시스템, 교육 시간 등이 정착된 것이다. 그런데 이 기본 단위가 48시간으로 바뀌면, 모든 사회 시스템은 근본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해진다. 48시간이라는 시간 구조 아래서 노동 시간을 유지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노동 시간이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초월한 것이다.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증가, 정신 건강 문제 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가능한 노동 구조 시나리오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 노동시간 | 휴식시간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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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6시간 노동 | 16시간 | 32시간 | 과도한 집중, 우울증 유발 가능 |
이틀 중 하루 근무 | 24시간 연속 | 24시간 연속 | 피로 누적, 회복력 요구 |
4교대 12시간제 | 12시간 | 36시간 | 인력 부족 우려, 효율성 낮음 |
나는 예전에 새벽 2시까지 일하고 다음 날 아침 9시에 다시 출근하는 일정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극도의 피로와 무기력함은 한동안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만약 하루가 48시간으로 바뀌어도 그만큼의 업무량과 책임이 늘어난다면, 과로사라는 단어는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이 이를 완화시킬 수 있을까? 일부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며 노동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간병, 교육, 상담, 창작과 같은 인간 고유의 감성과 연결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인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루가 48시간이 된다고 해도, 단순히 ‘시간이 늘어났으니 더 많이 일하자’는 접근은 결국 사람을 병들게 만들 것이다. 오히려 그 시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어떻게 균형 있게 쓸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진화의 방향성: 시간에 적응하는 인간
시간이 바뀌면, 인간은 그에 따라 진화할 수 있을까? 진화는 환경에 대한 생물의 반응이다. 하루가 48시간으로 바뀌는 것은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변화할까? 가장 먼저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수면 구조다. 현재 인간은 한 번에 7~9시간씩 자는 단상 수면(monophasic sleep)을 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다상 수면(polyphasic sleep)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하루에 여러 번 짧게 자는 구조로, 이미 일부 극한 직업군이나 실험 참가자들에서 시도된 바 있다. 또한 신체 에너지 효율도 변화할 수 있다. 30시간 이상 깨어 있으려면 기존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신진대사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진화 가능성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진화 방향 | 내용 |
---|---|
초집중형 인간 | 집중 유지 시간 연장, 시냅스 연결 강화 |
고효율 수면형 | 짧은 수면으로 충분한 회복 가능 |
시각 둔감형 | 빛과 어둠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음 |
사회 분화형 | 시간대에 따라 다른 역할을 가진 인간 등장 |
나는 하루 중 밤에 가장 활발해지는 타입이다. 그러나 사회는 낮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에 늘 피곤함을 느끼며 살아왔다. 48시간의 하루가 주어진다면 나 같은 ‘올빼미형 인간’은 오히려 주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진화의 방향은 개인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진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천 년에 걸쳐 인류 전체가 새로운 시간 구조에 적응해 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발생할 것이다. 진화는 가능하되,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하루가 48시간이 된다면 처음에는 마치 보너스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긴 하루는 생체리듬의 붕괴, 노동의 과부하, 그리고 인간 진화의 압박을 수반하게 된다. 우리는 단지 더 많은 시간이 생긴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삶의 리듬을 잃고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가정은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우리가 현재의 시간 구조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있으며, 그것이 삶과 생명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