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나는 한 가지 질문에 자주 빠져든다. '나는 얼마나 진실하게 살고 있을까?' 매일 타인과 대화하며 웃고, 반응하고, 대답하지만 정작 내 마음속 진실은 몇 번이나 드러났을까 싶다. 혹시 나도 모르게 ‘상대가 듣기 좋아할 것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상하게도 진실을 말하면 어색해지고, 가끔은 손해 보는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진실을 말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왜 우리는 진실을 회피하거나 거짓을 더 쉽게 택하게 되었을까? 그 심리적 배경은 무엇이며, 과연 이 선택이 안전한 것일까? 이 글에서는 거짓 권장이 어떻게 사회에 퍼졌는지, 그 심리적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위험은 어떤 것인지 나의 궁금증과 생각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탐색해보고자 한다.
거짓 권장 문화, 왜 자리 잡았나
며칠 전 회사 회의에서 상사가 낸 아이디어에 대해 아무도 비판하지 않았다. 나 역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비효율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기획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선 아무도 '아니오'를 외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후 동료들과 “진짜 그거 말이 안 되지 않냐?”며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회사, 학교, 심지어 친구 사이에서도 솔직한 말보다 '적당한 거짓'이 더 환영받는다. 왜 이런 문화가 굳어졌을까?
첫 번째는 ‘불편함을 회피하려는 사회적 습관’이다. 정직한 말은 때때로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갈등을 일으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보다는 무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된다. 특히 집단 내에선 ‘동조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혼자 다르게 말하면 눈총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지 소비 사회’ 때문이다. SNS만 봐도 알 수 있다. 친구가 올린 여행 사진, 화려한 음식, 환한 미소. 사실 그날이 얼마나 피곤했고, 사진 밖에는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꾸며진 모습을 소비하며 진짜 모습은 감춘다. 나는 이따금 ‘나만 이렇게 찌질한가?’라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알고 보면 나도 남들의 눈에 ‘잘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필터와 각도, 말투를 조절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사회적 갈등 회피 | 갈등을 피하고자 무난한 거짓 선택 | 회의에서 부정적 의견을 숨김 |
이미지 소비 문화 | 꾸며진 모습이 더 많이 소비됨 | SNS에 실제 감정보다 포장된 모습 게시 |
동조 압력 | 다수에 동조하지 않으면 배척됨 | 다른 의견 있음에도 침묵 선택 |
나는 이제 가끔 일부러 진실을 말해본다. 처음엔 반응이 차가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내 솔직함을 믿고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거짓은 일시적인 평화를 주지만, 진실은 오래가는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진실을 피하려는 심리, 그 근본은?
나는 평소 사람들과 대화할 때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두렵다. 괜히 약점을 보이는 것 같고, 내 말로 인해 관계가 멀어질까 걱정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진짜 생각은 숨기고, ‘적당한’ 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이런 내 모습이 싫지만,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자기 보호 본능’이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특히 그 진실이 다수의 의견과 다르거나 민감한 내용일 경우, 공격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람은 거절이나 비난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전한 선택, 즉 침묵이나 거짓을 택한다.
두 번째는 ‘과거 경험의 학습’이다. 과거에 솔직한 말을 했다가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면, 이후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나도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솔직하게 충고했다가 몇 주간 말을 안 들은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솔직한 말이 겁나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사회적 기대와 동조 욕구’이다. 우리는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 다수와 비슷한 행동을 하려고 한다. 진실이 다수와 다를 경우, 자신이 틀린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거짓된 동조를 선택한다. 이는 조직, 학교,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자기 보호 본능 | 거절과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어 |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봐 진심을 숨김 |
부정적 경험의 학습 | 솔직함이 부정적 결과로 연결된 기억 | 충고 후 친구와 멀어짐 |
동조 욕구 | 집단 내 소속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 | 회의에서 다수의견에 묵묵히 따름 |
이러한 심리는 단순한 습관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연습한다면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솔직함부터 실천해보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진실 회피의 위험,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는 '적당히 거짓을 섞는 게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거짓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된다. 거짓은 편하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면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 같다.
첫 번째 위험은 '신뢰 붕괴'이다. 작고 무해한 거짓말이라도 반복되면 상대는 진심을 분별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관계가 얕아지거나 끊기게 된다. 나는 가까운 친구와 관계가 멀어진 이유를 생각하다가, 그가 내 거짓된 반응을 눈치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의 오류'이다. 특히 조직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문화가 굳어지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 이뤄지고 이는 결국 회사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에서 내부 문제를 아무도 말하지 않아 연쇄 해고 사태가 일어난 적이 있다.
세 번째는 '자기 정체성의 혼란'이다. 꾸며낸 나로 살아가다 보면 진짜 나를 찾기 힘들어진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말하지만, 돌아와서는 ‘내가 왜 저렇게 말했지?’ 자책하곤 한다. 진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면, 결국 내면이 병들게 된다.
신뢰 붕괴 | 인간관계가 얕아지고 단절됨 | 친구가 내 거짓된 반응을 눈치채고 멀어짐 |
의사결정 오류 | 조직 내 잘못된 판단이 누적됨 | 내부 문제 무시한 스타트업의 해고 사태 |
정체성 혼란 | 내면적 자존감과 정신 건강 악화 | 꾸며진 말과 실제 감정 사이의 괴리로 자책 |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편할 수는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단기적 평화보다 장기적 건강함을 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병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다. 나 자신부터 작고 소소한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