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땅 위에서 걸어 다니지 않고, 물속에서 태어나고 자란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릴 적 수영을 처음 배웠을 때,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이 너무 힘들어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물속의 정적과 무중력에 가까운 감각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만약 인간이 처음부터 바다에서 진화한 생명체였다면, 나의 그 불편함은 오히려 ‘육지에 올라올 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물속에서 진화한 인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실제로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수중 진화의 가능성: 인간은 왜 땅 위에 살게 되었을까?
진화론에 따르면 생명체는 환경에 따라 유전적 특성이 점차 변화하며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인간 역시 약 70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두 발로 걷는 능력을 진화시키며 현생 인류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바로 ‘수중 유인원 가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 중 일부는 일시적으로 수중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의 일부를 경험했다는 주장이다. 이 가설의 근거로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신체적 특성이 제시된다. 예를 들어, 인간의 피하지방 분포는 대부분의 육상 포유류와 다르게 바다포유류와 비슷한 점이 있다. 또한,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물에 잘 뜨고, 아이조차도 본능적으로 수영 동작을 하는 것이 관찰된다.
나는 제주도 여행 중에 해녀 분들의 작업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은 숨을 한 번 참고 2~3분 동안 바닷속에서 일하며 물질을 했다. 당시 나는 수중에서 20초도 버티지 못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충격이었다. 인간도 반복된 훈련과 환경에 따라 수중 적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진화적으로 그 환경이 수백만 년 동안 이어졌다면, 인간은 물속에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특징 | 현생 인류 | 수중 진화 가정 |
---|---|---|
보행 방식 | 직립 보행 | 지느러미나 물갈퀴로 수영 |
피하지방 | 일부 부위만 분포 | 전신에 고루 분포, 체온 유지 |
호흡 조절 | 평균 30초~1분 | 3~10분 이상 가능 |
과학자들은 이 가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주류 생물학계는 여전히 육상 중심의 진화를 더 신뢰한다. 하지만 수중 환경에서 일어난 미세한 진화적 변화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나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잦아지는 현대에 들어, 미래의 인간이 수중 환경에서 진화할 가능성도 점점 더 현실적인 상상이 되고 있다.
호흡 구조 변화: 인간이 아가미를 가질 수 있을까?
물속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호흡이다. 인간은 폐를 통해 공기 중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수중 생물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 물고기는 아가미를 통해 물속의 산소를 직접 걸러낸다. 나는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아가미의 세포 구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걸 인간한테 붙이면 물속에서도 살 수 있는 걸까?” 당시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꽤 과학적인 질문이었다.
인간이 아가미를 갖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유전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목에 아가미처럼 생긴 장기를 붙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아가미는 물속의 산소 농도가 공기보다 낮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산소 흡수 기구가 필요하다. 인간의 혈관 구조, 헤모글로빈의 산소 친화력, 그리고 체내 이산화탄소 처리 능력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
구조 | 폐 호흡 | 아가미 호흡 |
---|---|---|
산소 흡수원 | 공기 중 산소 | 물속 용존 산소 |
기관 위치 | 가슴 안 폐 | 머리 외부 혹은 목 주변 |
호흡 효율 | 높음 (20%) | 낮음 (1~5%) |
프리다이빙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숨을 참는다. 이는 단지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숨을 오래 참을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스플리닉 반사'라고 불리는 생존 반응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이는 물속에 얼굴을 담그면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혈액이 중요한 장기로 집중되는 생리적 반응이다. 인간이 이 반응을 더욱 발전시켜 ‘반쯤 아가미 같은 기능’을 갖춘다면, 부분적인 수중 생존도 가능할 수 있다.
수중 환경 적응: 인간의 외형과 감각은 어떻게 변할까?
나는 종종 수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우리는 물속에서는 이렇게 느리고 불편할까?” 손발을 아무리 움직여도 물의 저항은 생각보다 크고, 금세 피곤해진다. 그에 비해 돌고래나 해마는 유유히 헤엄치며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수중 인간이라면, 외형부터 달라야 할 것이다.
우선, 눈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물속에서는 빛의 굴절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눈은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한다. 따라서 물고기처럼 둥글고 유연한 수정체가 필요하다. 또 청각도 중요하다. 물속에서는 공기보다 소리가 4배 이상 빠르게 전달되며, 방향 감지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돌고래나 고래는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도 만약 수중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면, 귀 내부 구조가 달라지고, 뇌 구조도 이를 처리할 수 있게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체온 조절. 나는 겨울철 온천에 갔다가 물에서 나오자마자 한기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높아 체온을 빠르게 빼앗는다. 만약 인간이 수중 생활을 했다면, 바다표범처럼 두꺼운 피하지방층과 더불어 수온 변화에 견딜 수 있는 신진대사 체계를 갖췄을 것이다.
항목 | 현재 인간 | 수중 인간 (가정) |
---|---|---|
시각 | 물속에서 흐림 | 둥근 수정체, 물속 적응 |
피부 | 건조, 얇음 | 두꺼운 지방층, 방수 기능 |
손발 | 수영에 비효율적 | 물갈퀴 구조, 지느러미 발달 |
결국 인간이 물속에서 진화했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도 우리는 훈련을 통해 수중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을 일부 갖고 있다. 앞으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에 따라 인간의 진화 방향이 바뀐다면, 이 상상은 단순한 공상이 아닌 미래 예측이 될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물에서 태어나 진화해왔다면 우리의 신체 구조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게 구성되었을 것이다. 진화는 환경에 따른 선택의 결과이며, 수중 환경은 인간에게 전혀 다른 생존 방식을 요구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시나리오이지만, 미래 기후 변화나 생존 공간의 재편성으로 인해 이러한 방향의 진화가 전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인류의 적응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