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식물도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걷는 생명체’라고 하면 우리는 대부분 동물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화론과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움직임’에 대한 정의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식물도 환경에 따라 스스로 위치를 바꾸거나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걷는 것과 유사한 적응 행동’을 보여준다. 특히 도시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에서 생명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동성과 생존 전략을 진화시켜왔다. 이 글에서는 동물과 식물의 걷기 방식 차이와 그것이 진화와 도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탐구한다. 우리는 왜 '걷는 식물'이 이상하게 느껴질까?
우리는 매일 걷는다. 등교할 때도,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심지어 집 안에서도 수시로 움직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식물은 못 걷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왜 식물은 걷지 않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다. 한 번은 초등학생 조카가 내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식물이 자꾸 햇빛 따라 움직이는 거면, 결국 걷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응, 뭐… 그런 셈이지"라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유머가 아니었다. 식물도 나름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는 그 움직임을 걷기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었다. ‘걷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될까? 단순히 두 다리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의지나 반응으로 환경을 바꾸고 적응하는 일련의 과정을 걷기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매우 근본적인 의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생명의 형태와 기능이 다양해지는 지금, '걷는다'는 개념도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선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도시라는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동물과 식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걷기 혹은 이동성을 진화시켜왔다. 그리고 그 차이는 곧 생명체가 환경을 인식하고 적응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동물과 식물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이동하고 진화했는지, 도시라는 인공환경에서 어떤 생존 전략을 취하는지를 비교하며 살펴보고자 한다.
생명: 걷기의 생물학적 정의는 무엇인가?
‘걷기’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개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이 개념은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은 의미를 갖는다. 생물학에서 ‘걷는다’는 것은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여 스스로 위치를 바꾸는 행위를 의미한다. 보통은 근육과 골격, 신경계를 가진 동물에서만 나타나는 행동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식물도 움직인다. 다만 그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게,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식물의 대표적인 움직임은 ‘굴광성’이다. 이는 식물이 빛의 방향에 따라 잎과 줄기의 방향을 조정하는 성질이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며, 생존을 위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걷기’와 유사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굴중성’(중력 방향으로 뿌리가 자라는 성질), ‘굴촉성’(접촉 자극에 반응하여 덩굴이 감기는 성질) 등 식물의 움직임은 무척 다양하다. 아래는 동물과 식물의 ‘이동성’ 또는 ‘걷기’에 대한 비교표다.
| 생명체 | 이동 방식 | 사용 기관 | 목적 |
| 포유류 | 다리로 걷기 | 근육, 골격, 신경 | 먹이 탐색, 회피, 번식 |
| 곤충 | 다리 및 날개 사용 | 외골격, 신경 | 도피, 이동, 생존 |
| 식물 | 성장 방향 이동 | 호르몬, 생장점 | 광합성, 생존, 종자 확산 |
이런 움직임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걷기와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을 확대 해석하여 '식물도 걷고 있다'는 관점이 학계에서도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기술과 융합된 ‘이동형 화분’ 혹은 ‘로봇 식물’ 개념은 식물의 이동성을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 센서를 통해 빛과 온도를 감지하고, 바퀴를 이용해 햇빛이 더 풍부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자동화 화분이 그 예다. 이처럼 생물학적으로 보면 걷기는 생존을 위한 반응 행위이며, 그 방식이 다를 뿐 식물도 충분히 '걷는 생명체'라 부를 수 있다.
도시: 걷기의 방식이 다른 생명체들의 생존 전략
도시는 생명체가 살아가기엔 결코 쉬운 환경이 아니다. 인공 구조물, 높은 인구 밀도, 대기 오염, 토양 부족, 기후 변화 등은 생명체에게 다양한 생존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동물과 식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종종 도심 한복판에서 까마귀나 고양이처럼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물들을 본다. 그들은 인간의 쓰레기 배출 시간이나 교통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이동 경로를 설계해 살아간다. 반면 식물은 어떨까? 식물은 고정되어 있는 생명체이기에 도시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태양추적형 식물,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이동형 식생 패널, 기후에 따라 위치를 바꾸는 자동화 화분 등이 도시 식물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에서의 동물과 식물의 이동성을 비교한 표는 다음과 같다.
| 도시 환경 요소 | 동물의 대응 방식 | 식물의 대응 방식 |
| 고온 및 열섬 | 그늘로 이동, 활동 시간 조정 | 잎 면적 조절, 증산 억제, 이동형 식생 유닛 |
| 대기 오염 | 청정지역 이동 | 공기정화 기능 식물 배치, 이동식 화분으로 재배치 |
| 햇빛 부족 | 밝은 장소 이동 | 광센서 이용 이동식 식물, 태양추적형 잎 조절 |
내가 직접 본 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종로에 설치된 '이동형 정원'이었다. 대형 화분들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바퀴로 천천히 움직이고, 공기 중의 CO₂ 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식물의 배치가 바뀌는 시스템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식물도 도심 속에서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 눈에는 느려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진화: 존재 방식의 확장, 생명 정의의 재해석
진화는 단지 신체 구조의 변화가 아니다.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적응이다. 동물은 외부 자극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근육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반면 식물은 외부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구조를 서서히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식물의 이러한 제한을 뛰어넘고 있다. 최근 '로보틱 식물' 기술은 식물 내부에 감각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결합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돕는다. 식물이 직접 빛을 분석하고, 움직이며,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것은 단순한 과학 실험을 넘어, 생명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생명은 이제 단지 DNA를 가진 유기체가 아닌, 외부와 상호작용하며 환경을 선택하고, 생존 전략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존재로 해석된다. 동물과 식물의 진화적 접근 방식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항목 | 동물 | 식물 |
| 감각 방식 | 신경계 기반 감각 | 호르몬 기반 감각 |
| 이동 방식 | 근육과 골격 활용 | 성장 방향 조절, 로봇화 |
| 진화 방향 | 능동적 회피, 반응 | 구조적 적응, 기술 융합 |
| 미래 확장 | AI 보조 이동 로봇 | 스마트 식물 시스템 |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미래의 공원에는 식물들이 스스로 자리를 바꾸며 ‘살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이다. 이는 생명의 움직임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완전히 재편하는 일이다. 우리는 식물이 정적인 존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은 느릴 뿐이지, 움직이고 있으며, 걷고 있다.
걷는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
걷는다는 것은 단지 다리를 이용한 이동이 아니라, 환경을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며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이다. 동물은 그것을 빠르게 표현하고, 식물은 조용하고 천천히 반응할 뿐이다. 도시라는 복합 생태계 속에서 동물과 식물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걷기, 혹은 생존을 실현하고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생명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이제 ‘걷는다’는 말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생명은 곧 움직임이며, 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