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 작가의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는 2023년 출간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소설은 직장과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몰두하며 ‘한탕’을 꿈꾸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세대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탈출을 그려낸다. 단순한 서사 이상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청년의 시선에서 관통하며, 세대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달까지 가자』를 통해 드러나는 MZ세대의 정체성과 감정, 가상자산(코인)에 대한 사회적 함의, 그리고 현실 탈출 욕망의 문학적 구현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고자 한다.
MZ세대
『달까지 가자』는 MZ세대의 삶과 감정에 깊이 밀착한 서사로 시작된다. 주인공 은주는 서울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반복되는 야근, 보이지 않는 승진의 끝,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의 삶은 언뜻 보면 안정적이지만, 내면은 끊임없는 불안과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다. 이 소설이 MZ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단지 그녀의 처지가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의 결이 너무나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은주의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계약직으로 연명하는 친구, 프리랜서로 불안정한 수입에 시달리는 친구, 부모에게 의존해야만 생존 가능한 친구들. 그들은 각자 다른 직업과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 사회에서 내가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이처럼 『달까지 가자』는 사회구조 안에서 길을 잃은 청년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며, 세대문학으로서의 면모를 공고히 한다. 장류진은 특정한 극적 사건 없이도 정서의 파고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오늘날의 청춘이 지닌 정체성을 진지하게 조망한다.
코인 열풍
작품의 전개에서 핵심적인 장치는 ‘코인 투자’다. 은주와 친구들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가상자산을 선택하고, 이른바 ‘대박’을 꿈꾼다. 그들이 코인에 몰입하는 과정은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절망과 피로 속에서 최소한의 선택지를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특히 이 소설은 ‘한탕’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 심리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탐구로 독자를 이끈다. 장류진은 투자의 세계를 단순한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들이 암호화폐의 변동성과 리스크를 감수하며 삶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가 청년들에게 얼마나 비정상적인 생존 조건을 강요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투자는 현실의 대안이라기보다, '기회 자체가 박탈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선택지처럼 그려진다. 이는 현재 MZ세대의 투자 열풍, 특히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하는 경향과도 정확히 맞물린다. 장 작가는 이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현 체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라는 사회적 진단을 제시한다. 이 소설의 코인 서사는 그래서 더 이상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현상으로 읽힌다.
현실 탈출
『달까지 가자』의 제목이 암시하듯, 이 소설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꿈’과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달까지 가자"라는 문장은 단지 성공하자는 말이 아니라, 지금 이 현실과 단절된 다른 세계로 가자는 제안이자 선언처럼 다가온다. 작품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리를 옮기고, 직업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 끝에 도달한 것이 곧 희망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나아간다. 이러한 탈출의 욕망은 비단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내면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류진은 현실의 벽을 ‘정면 돌파’하는 대신, ‘회피’와 ‘우회’를 선택한 인물들을 통해, 새로운 생존의 윤리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독자는 단지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선택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학은 현실의 대안이 되기 어렵지만, 현실을 비추는 또 다른 렌즈로서 기능할 수 있다. 『달까지 가자』는 그 렌즈를 통해 청년들에게 말한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너희가 틀리지 않았다고.” 그것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문학적 위로의 진정성이다.
결론
『달까지 가자』는 단순한 청춘 소설이 아니라, 우리 시대 청년의 내면과 현실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작품이다. 장류진은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길을 잃은 MZ세대의 심리와 행동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써, 단순한 서사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코인 투자와 현실 탈출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녀는 세대의 불안과 욕망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문학이 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를 전한다. 이 작품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학의 힘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