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결국 마음의 번역이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며 관계의 갈등을 키운다. 작사가 김이나는 이런 말과 감정 사이의 간극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풀어내며 대중의 공감을 받아왔다. 이 글에서는 김이나의 언어관을 토대로 '감정 번역', '말의 온도', '관계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말의 힘과 책임에 대해 함께 살펴본다.
감정 번역: 말 이전의 마음 읽기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건 아니다. 김이나는 "말이란 마음의 포장지"라고 말한다. 감정은 복잡하고 날것이지만, 말은 그 감정을 사회적으로 조율한 표현이다. 감정을 말로 바꾸는 과정, 즉 ‘감정 번역’이 서툴면, 우리는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사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실제로는 ‘더 좋은 방향이 있을 것 같다’는 뜻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비난처럼 들릴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감정 번역 능력이다. 김이나는 자신의 작업에서 항상 ‘이 감정을 가장 정확히, 그러나 상처 없이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이는 단지 작사가로서의 고민을 넘어서,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지혜다. 감정 번역의 핵심은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먼저 자각하고,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자기성찰이 필요하고, 솔직함과 배려의 균형이 요구된다. "상처 주지 않고 진심을 전하는 법"은 결국 감정을 잘 번역할 줄 아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말의 온도: 말에도 기후가 있다
말에는 온도가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톤과 맥락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김이나는 인터뷰에서 종종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체온을 먼저 느껴보라"고 조언한다. 말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이기 때문이다. ‘괜찮아’라는 말 한 마디도 누가, 어떻게, 언제 하느냐에 따라 위로가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말의 온도'는 우리가 말의 내용보다 더 자주 간과하는 부분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건넨 말이 차갑게 들렸다면, 그 온도를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선 첫째로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읽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둘째로는 자신의 언어 사용 습관을 되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김이나는 자신의 책과 방송에서 "말을 하기 전, 그 말이 따뜻한가, 필요한가, 진심인가를 먼저 생각해본다"고 말한다. 말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선 급한 감정보다 진심 어린 의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말을 천천히, 온기 있게 하는 연습은 결국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덜 다치고, 더 많이 이해받게 만든다.
관계의 회복: 말로 무너진 건, 말로 회복된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균열이 생긴다. 그 원인 중 다수는 말 때문이다. 우리가 내뱉은 말, 혹은 듣지 못한 말이 마음속에 작은 금을 만든다. 그러나 김이나는 '말로 무너진 관계는, 결국 말로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진심이 담긴 말은 언제나 회복의 가능성을 만든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말은 사과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톤, 그리고 맥락이다. 김이나는 에세이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한 번의 말로 모든 게 회복되지는 않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회복되지 않는다.” 이것이 말의 책임이고 가능성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다시 연결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다가서야 한다. 오해를 풀기 위해 '내가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네가 틀렸어’가 아닌, ‘나는 이렇게 느꼈어’라는 말이 관계의 온도를 높인다. 감정 번역과 말의 온도가 담긴 진심 어린 대화는, 무너진 다리 위에 다시 신뢰를 놓게 만든다. 관계를 회복한다는 건 결국, 말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때로는 침묵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말의 힘은 우리를 갈라놓기도 하지만, 다시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이기도 하다.
결론
우리는 매일 말을 주고받지만, 그 말이 정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지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김이나가 보여주는 언어의 미학은 ‘말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마음을 잘 전하는 법’에 가깝다. 감정을 섬세하게 번역하고, 따뜻한 온도로 말을 전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며 배워야 할 진짜 소통의 기술이다. 지금,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말에 온기를 담아 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