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똑같이 생긴 또 한 명의 ‘나’가 존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나는 유일하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름, 얼굴, 성격, 기억, 행동까지 — 모든 것은 나만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나와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복제 인간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그가 내 이름을 부르고, 내 가족을 알고, 내 자리를 대신하려 한다면?
이 상상은 단순한 SF 설정일까요, 아니면 과학 기술이 예고하는 미래의 한 단면일까요?
이 글에서는 '내가 아닌 내가 산다면'이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통해 복제 기술의 현실과 철학, 그리고 자아의 충돌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심리적 영향까지 함께 탐구합니다.
복제 기술의 진보, 어디까지 왔나?
복제(cloning)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만드는 생명공학 기술로, 1996년 탄생한 복제 양 ‘돌리(Dolly)’로 세상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돌리는 성체 양의 체세포를 이용해 태어났으며, 인간 복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생물학적 복제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개, 고양이, 소, 돼지, 심지어 영장류까지 복제되었고, 최근에는 인간의 장기나 조직을 복제해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치료 복제’ 분야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2018년 중국은 복제 유인원 ‘중중’과 ‘화화’를 탄생시켰고, 이는 인간 복제의 가능성까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복제 기술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 생식 복제 (Reproductive Cloning): 완전한 생명체를 복제하는 방식. 돌리와 같은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 치료 복제 (Therapeutic Cloning):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나 조직을 만들어 이식 또는 치료에 활용.
- 디지털 복제 (Digital Cloning): 인간의 기억, 사고방식, 의식을 AI 기반으로 디지털화.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인간 생식 복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은 윤리적 문제를 이유로 강력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은 법보다 빠르게 진보하고 있고, 개인 혹은 비공식 연구 기관을 통해 언제든 시도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내가 아닌 내가 살아간다면? — 자아의 위기
복제 인간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면,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자아(自我)'입니다. 나는 나의 외모, 성격, 취향, 기억, 관계를 통해 ‘나’임을 정의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복제될 수 있다면, 나는 여전히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철학자 존 록크는 자아를 “기억의 연속성”으로 보았습니다. 즉, 과거의 경험을 현재 기억하고, 미래의 선택에 연결할 수 있어야 자아가 성립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복제 인간이 탄생 직후 원본 인간의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다면, 그는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원본보다 더 나은 판단력과 지능을 갖고 있다면, 본래의 나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심리학적으로 ‘자기동일성(identity continuity)’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집니다. 복제 인간이 나의 삶을 모방하거나 대체하려 할 때, 원본 인간은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체성은 단순히 유전자만으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성장 환경, 가족 관계, 문화, 언어, 사회적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나의 '나'를 형성합니다. 따라서 복제는 생물학적 유사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완전한 동일성은 실현 불가능합니다.
자아와 복제의 충돌 — 미래 사회의 시나리오
복제 인간이 사회에 등장한다면,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충돌은 철학적 담론을 넘어, 법적·사회적·심리적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① 법적 권리의 충돌
복제 인간이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출생증명서, 시민권, 교육 및 의료 접근성, 재산 소유권 등 모든 법적 권한이 동일하게 주어져야 할까요? 아니면 그들은 ‘복제품’이므로 제한된 권리를 가져야 할까요?
② 감정과 기억의 충돌
복제 인간이 나보다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나의 가족이나 친구와 더 깊은 유대를 맺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복제 인간이 나보다 더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면, 나는 질투심이나 존재 불안을 견딜 수 있을까요?
③ 존재의 우선권
만약 사회적으로 한 사람만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원본과 복제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는 윤리적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복제 인간 | 원본 인간 |
---|---|---|
유전자 | 100% 동일 | 100% 동일 |
기억/감정 | 복사 또는 새로 형성 | 실제 경험에 의한 축적 |
법적 지위 | 불명확 / 논쟁 중 | 기본권 보장 |
정체성 | 독립된 자아 가능성 있음 | 시간에 따른 형성 |
사회적 인식 | 이물감 또는 공포감 | 자연스러운 구성원 |
복제 시대, 자아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
'내가 아닌 내가 산다면'이라는 질문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닙니다. 복제 기술과 AI, 디지털화된 의식이 결합될 때 인간의 자아와 정체성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 과학이 자아를 모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복제된 존재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자아를 유전자가 아닌 경험, 감정,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복제 기술이 등장할 미래에도, ‘나는 나’라는 진실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